삼성 빼닮은 'SPIN TV'부터 '벽화 TV'까지…변함없는 '카피캣' 중국

입력 2019-09-13 10:00   수정 2019-09-13 11:26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 가전 박람회 ‘IFA 2019’가 열렸다. 전시회 주인공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전시관과 LG전자 전시장 입구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폭포엔 관람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중국 업체들은 또 다른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 업체들이 낸 신제품을 따라한 ‘복제품’ 영향이 컸다. IFA 2019에 나온 중국 업체들의 대표적인 복제품들을 소개한다.


①더 세리프 더 세로를 합쳐 놓은 ‘SPIN’ TV

IFA 2019에 참가한 웬만한 업체는 모두 ‘8K TV’를 선보였다. QLED 8K TV도 있었고 OLED 8K TV도 있었다. 진짜 8K(3300만 화소)인지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다만 전시장을 둘러본 LG전자 TV사업 담당 임원은 관람 소감을 묻자 “진짜 8K TV는 LG전자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8K 제품은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

너도나도 내놓은 8K TV에 지쳐가고 있을 때쯤 발견한 건 ‘SPIN’이란 제품이었다. 창홍(CHANG HONG)이란 중국 업체가 자사 전시장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부분에 선보인 제품이다. 디스플레이가 가로, 세로로 회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더 세로’와 똑같았다.

화면이 가로로 놓여 있을 땐 삼성전자의 ‘더세리프’ 외관과도 흡사했다. 전시장에 나와있는 창홍 관계자에게 “언제 출시하냐, 살 수 있냐”고 했더니 “내년부터 살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의 ‘더 세로’나 ‘더 세리프’를 흉내낸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삼성이란 회사를 잘 모른다”고 했다. 외국인처럼 ‘샘송’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너무 정직하게 ‘삼성’이라고 발음한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혀를 조금 굴려 물었는데 이번엔 “아예 영어를 잘 못한다”며 인상을 썼다. 창홍은 국제 전시장에 영어를 못하는 직원을 배치한 게 좀 이상했다.

②바로 옆엔 더 프레임 흉내낸 벽화TV

창홍 옆 전시장은 ‘콩가(KONKA)’ 전시장이었다. 이 업체 또한 꽤 이름을 날리는 중국 TV 메이커다. 전시장 입구에 화투장 같은 그림이 보였다. 액자 같은 TV였다. 콩가는 ‘Wallpaper OLED TV’라고 제품을 소개했다.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다. 삼성전자가 오래 전 출시한 ‘더 프레임’ TV를 빼닮은 제품이었다. 더프레임은 벽에 액자처럼 걸어 TV를 꺼놓았을 때 유명 그림이 디스플레이 되는 게 특징인 제품이다.

원조 제품인 더 프레임보다 화면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서양인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고 지나갔다. ‘동양의 미(美)’에 대해 감탄한 듯 팔짱을 끼고 몇 초 간 그림을 감상하는 서양 사람도 있었다. 가격이 삼성 제품보다 많이 저렴하다면 삼성 더프레임 대신 ‘싼 맛’에 구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③접는 스마트폰은 삼성을 흉내낸 걸까

TV 전문업체 TCL은 접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폴더블 태블릿 디스플레이 콘셉트’라고 이름붙인 시제품이다.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과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 제품을 각각 선보였다. 7.2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해상도는 2K였다.


TCL은 20만번의 내구성 테스트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은 직접 만져볼 수 없도록 밑이 뚫린 유리관을 넣어 전시했다는 것이었다. 갤럭시 폴드가 처음 공개될 때 삼성전자가 취한 전시 방식을 따라한 것일까. 유리관 밑으로 손을 넣어 만져보고 싶었지만 직원이 폴더블폰에서 딱 붙어서서 관람객들을 노려봤다. 이 직원에게 출시 일정을 물었는데 근엄한 표정으로 “언제 출시될 지, 구체적인 정보는 모르다”고 말했다.

④ 세계 최초 5G 8K TV?

중국 특유의 ‘부풀리기’가 가미된 제품도 많았다. TCL이 공개한 5세대(5G) 이동통신 8K TV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쳐 보면 TV 안에 5G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신기술을 넣은 제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 실상은 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TV안에 5G 이동통신이 가능한 부품을 넣은 게 아니라 5G 이동통신으로 대용량 콘텐츠를 외부에서 다운 받은 다음 USB로 TV와 연결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업체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제품도 있었다. 화웨이가 지난 6일 공개한 5G 통합칩 ‘기린 990 5G’이 대표적이다. 통합칩은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주고 받는 모뎀과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한 칩에 넣어 면적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등이 ‘세계 최초 양산’ 타이틀을 놓고 열띤 경쟁 중이었는데 지난 6일 화웨이가 갑자기 공개해버렸다. 이달 19일께 공개되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 30’에 이 칩을 넣는다고 하니 ‘세계 최초’란 이름은 화웨이가 가져갈 게 확실해보인다.

그래서인지 기린 990 칩을 공개했던 화웨이의 소비자 부문 대표 리처드 위는 개막 기조연설 프레젠테이션 내내 ‘기세등등’했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노트10플러스의 뒷면 카메라 부분 디자인이 자신들이 3월 출시한 P30 스마트폰의 카메라 부분을 따라했다며 졸지에 삼성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기조연설장 곳곳에선 “이 디자인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LG전자”라며 “화웨이도 LG를 따라한 것”이란 얘기도 들렸다.


화웨이에 대한 질투 때문인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기린 990 5G의 ‘발열’이 심하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제품 출시 이후 제품 ‘발열’ 때문에 큰 화(禍)를 경험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깜짝 발표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이달 중순 이후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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